LFE 360 루산느 마르산느 2015, 칠레에서 만나는 론 품종의 매력과 논란
프랑스 론의 귀공자, 칠레에서 재탄생하다
와인의 세계는 때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흥미로운 만남을 선사합니다. 프랑스 론(Rhône) 지역의 대표적인 화이트 품종인 루산느(Roussanne)와 마르산느(Marsanne)가 남미 칠레의 햇살 아래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은 와인이 있습니다. 바로 'LFE 360 루산느 마르산느 2015'입니다. 이 와인은 단순한 블렌딩을 넘어, 품종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360 시리즈의 일원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합니다. 특히 국내 유통가인 12만원대라는 가격은 많은 와인 애호가들에게 "이건 좀..."이라는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이기도 하죠. 이 블로그 글에서는 이 특별한 와인의 정체를 깊이 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LFE와 360 시리즈의 철학
LFE는 칠레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중 하나로, 전통과 혁신을 결합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줍니다. 특히 '360' 시리즈는 단일 품종이나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품종과 테루아르의 조화를 탐구하는 실험 정신이 담긴 라인업입니다. 수상 경력이 화려한 수사나(Susana) 같은 세계적인 와인 메이커의 영향 아래, 이 시리즈는 칠레 와인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하는 도전 정신을 반영합니다. 2015년 '올해의 여성 와인메이커'에 선정된 그녀의 철학이 이 와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품종 분석: 루산느와 마르산느의 이중주
이 와인의 핵심은 50:50으로 블렌딩된 두 품종에 있습니다. 루산느는 은은한 꽃향기와 산미, 복잡한 향미로 유명하지만 재배가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품종입니다. 반면 마르산느는 풍부한 바디와 감귤류, 허브, 견과류의 향을 지니며 상대적으로 강건한 성격을 가집니다. 프랑스 에르미타주(Hermitage) 등의 명품 화이트 와인에서 이 둘의 블렌드는 고전이 되었습니다. 칠레 콜차구아(Colchagua) 지역에서 자란 이 두 품종은 강한 일조량 아래에서도 독특한 개성을 유지하며, 론 품종이 가진 우아함과 칠레 테루아르가 부여한 풍만함을 동시에 보여주고자 합니다.
| 구분 | 루산느 (Roussanne) | 마르산느 (Marsanne) |
|---|---|---|
| 비중 | 50% | 50% |
| 주요 특성 | 은은한 꽃향기(아카시아), 산미, 복잡성, 재배 난이도 높음 | 풍부한 바디, 감귤류·견과류 향, 허브 느낌, 강건함 |
| 전통적 역할 | 향의 복잡성과 우아함 제공 | 바디와 구조감, 풍만함 제공 |
| 칠레에서의 표현 | 익힌 과일, 꿀, 오크의 영향을 받은 풍성한 향 | 익은 배, 황금사과, 크리미한 질감 |
테이스팅 노트와 논란의 '옥수수' 향
이 와인에 대한 가장 큰 논란은 그 향미 프로필에 있습니다. 많은 리뷰어가 지적하듯, 전형적인 신선한 과실향보다는 '찐 옥수수 같은 달큰한 오크' 향이 두드러진다는 점입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요소에서 기인할 수 있습니다.
- 오크 숙성: 신형 오크배럴에서의 숙성은 바닐라, 카라멜, 볶은 견과류 향을 부여할 수 있으며, 특정 조건에서는 구수한 곡물 향(옥수수, 팝콘)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 풍성한 숙성도: 2015년이라는 양호한 빈티지의 칠레 햇살 아래, 포도가 높은 숙성도에 도달하면 과실의 당분이 높아지고 향이 익은 과일, 잼, 꿀 쪽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 품종의 특성 : 루산느는 자체적으로도 꿀, 차 잎 같은 복잡한 2차 향미를 발전시키는 품종입니다.
따라서 이 '옥수수' 향은 결점이라기보다는 강한 오크 영향과 풍만한 과실이 만들어낸 독특한 개성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입안에서는 13.5%의 도수가 느껴지는 중간 이상의 바디와 크리미한 질감, 은은하게 이어지는 산미가 어우러져 풍성한 식후 와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가격 대비 가치 논쟁: 12만원의 가치가 있는가?
국내 정가 12만원대는 이 와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입니다. 이 가격대에는 이미 프랑스 론 지역의 우수한 화이트 와인들이 다수 포진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일한 2015 빈티지의 '따르띠유 로랑 에르미타주 블랑'은 마르산느 80%에 루산느 20% 블렌드로, 에르미타지의 진수를 보여주는 명품 와인입니다. LFE 360과 비교해 볼 때, 가격 대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만드는 지점입니다.
- 지지하는 관점: 칠레에서 론 품종을 이렇게까지 풍성하고 개성 있게 표현한 것은 도전적이며 희소성이 있다. LFE의 높은 위상과 360 시리즈의 실험적 가치, 그리고 수사나 메이커의 노하우에 대한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이다.
- 회의적인 관점: 전통적인 론 화이트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마셨을 때, 지나치게 달큰하고 오크가 강조된 스타일은 실망을 줄 수 있다. 동일 예산이라면 차라리 프랑스 론의 더 정통적이고 균형 잡힌 화이트 와인을 선택할 수 있다.
음식 페어링과 적합한 상황
이렇게 풍부하고 크리미한 화이트 와인은 강한 맛을 가진 요리와 훌륭한 조화를 이룹니다.
- 탁월한 페어링: 크림 소스를 곁들인 로블스터나 관자구이, 버터 향이 강한 갈릭 프라운 쉬림프, 푸아그라, 고소한 향이 나는 닭가슴살 크림 파스타.
- 추천 상황: 독특한 와인을 탐구하는 것을 즐기는 와인 애호가와의 대화, 풍성한 크림 요리가 중심이 되는 디너 파티, 달콤하고 풍성한 프로필의 화이트 와인을 선호하는 경우.
- 비추천 상황: 상쾌하고 가벼운 산미를 기대하는 경우, 신선한 해산물 회나 샐러드와 함께 할 때, 가성비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자리.
종합 평가: 도전적인 선택을 위한 와인
LFE 360 루산느 마르산느 2015는 무난하거나 안전한 와인이 아닙니다. 이는 분명한 도전장이자, 칠레 와인의 다양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샘플입니다. 프랑스 론의 우아함과 복잡성을 기대한 이에겐 실망스러울 수 있으나, 강렬한 햇살 아래에서 재해석된 풍만하고 관능적인 론 품종의 매력을 탐구하고자 하는 이에게는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12만원이라는 가격은 그 자체로 논쟁적이지만, 이 와인이 담고 있는 실험적 정신과 지역적 도전에 대한 가치를 인정한다면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당신의 와인 여정이 안전한 항해보다는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는 모험이라면, 이 와인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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