쟝 미쉘 제랭과 꼬뜨 로띠, 북부 론의 빛나는 두 별
북부 론의 황금빛 언덕, 꼬뜨 로띠
프랑스 론 와인 산지의 북쪽 끝자락, 리옹에서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황금빛 언덕'이라는 뜻을 가진 꼬뜨 로띠(Côte-Rôtie)가 나타납니다. 가파른 경사의 테라스에 조성된 포도밭과 그 사이로 흐르는 론 강의 풍경은 와인 애호가라면 한 번쯤 꿈꾸는 장면이죠. 이 지역은 시라(Syrah) 포도를 주종으로 하며, 최대 20%까지 비오니에(Viognier) 포도를 블렌딩할 수 있어 우아함과 힘을 동시에 지닌 독특한 와인을 생산합니다. 오늘은 이 명성 높은 지역에서 빛나는 두 생산자, 쟝 미쉘 제랭(Jean-Michel Gerin)과 쟝 미쉘 스테판(Jean-Michel Stéphan)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각자 독보적인 철학으로 꼬뜨 로띠의 매력을 다채롭게 보여주는 이들의 와인 세계로 함께 들어가 볼까요?
전통의 계승자, 쟝 미쉘 제랭(Jean-Michel Gerin)
1983년부터 가족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쟝 미쉘 제랭은 꼬뜨 로띠를 대표하는 현대적 스타일의 거장입니다. 그는 과학적 접근과 전통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지역의 특성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동시에 깔끔하고 세련된 와인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레 그랑드 플라스(Les Grandes Places)'와 '샹팡 르 세뇨르(Champin Le Seigneur)' 같은 개별 포도원(크뤼) 와인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와인은 강렬한 과일 향, 정교한 오크 향, 그리고 탄탄한 구조를 지녀 장기 숙성 가능성을 보여주며, 꼬뜨 로띠의 힘과 우아함을 교과서처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내추럴 와인의 구도자, 쟝 미쉘 스테판(Jean-Michel Stéphan)
반면, 쟝 미쉘 스테판은 북부 론 지역 내추럴 와인 운동의 선구자이자 '진정한 대가'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10대 때부터 와인을 만든 그는 화학 첨가물을 최소화하고 자연적인 발효 과정에 깊은 믿음을 두고 있습니다. 그의 와인은 종종 '코트 로티 비에이 비뉴(Côte-Rôtie Vieilles Vignes)'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나온 깊이 있는 맛과 생동감 있는 산도, 미네랄리티가 특징입니다. 전통적인 방식에 충실하면서도 매우 순수하고 생동감 넘치는 스타일로, 전 세계 내추럴 와인 애호가들과 컬렉터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2015 빈티지, 그리고 두 생산자의 와인 비교
2015년은 론 밸리 전체를 통틀어 뛰어난 빈티지로 기록됩니다.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가 완벽한 숙성을 이끌어 내어, 풍성한 과일 맛, 부드러운 타닌, 그리고 좋은 산도와 균형을 지닌 와인들을 탄생시켰습니다. 이 해의 꼬뜨 로띠는 젊을 때도 즐길 수 있지만, 장기 숙성 잠재력 또한 매우 뛰어납니다. 아래 표는 같은 2015 빈티지, 같은 지역이지만 다른 철학을 가진 두 생산자의 와인을 간략히 비교해 봅니다.
| 비교 항목 | 쟝 미쉘 제랭 (Côte-Rôtie) | 쟝 미쉘 스테판 (Côte-Rôtie Vieilles Vignes) |
|---|---|---|
| 주요 스타일 | 현대적, 정교함, 힘과 우아함의 균형 | 내추럴, 전통적, 생동감과 순수함 |
| 와인 메이킹 특징 | 과학적 관리, 선택적 효모 사용 가능, 새 오크통 숙성 활용 | 최소 개입, 자연 발효, 화학 첨가물 극소, 오크 사용 절제 |
| 2015 빈티지 예상 특징 | 진한 검은 과일(블랙베리, 자두) 향, 후추, 바이올렛, 정제된 오크 향, 탄탄한 타닌과 긴 피니시 | 생동감 있는 레드/블랙 체리 향, 지하실, 미네랄, 약간의 야생적 느낌, 부드럽지만 생기 있는 타닌 |
| 음식 페어링 추천 | 그릴에 구운 붉은 고기(램, 소), 향신료가 강한 스튜, 숙성 치즈 | 로스팅한 가금류, 버섯 요리, 샤르퀴트리, 자연적인 풍미의 요리 |
| 숙성 잠재력 | 매우 우수함 (10-20년 이상) | 우수함 (변화를 즐기며 10-15년) |
어떤 와인을 선택할까? 나만의 꼬뜨 로띠 찾기
두 생산자의 와인 모두 뛰어나지만, 선호도에 따라 선택이 나뉠 수 있습니다.
- 쟝 미쉘 제랭을 선택하면: 클래식하면서도 현대적으로 정제된 꼬뜨 로띠의 표준을 경험하고 싶을 때, 확실한 품질과 장기 숙성의 안정성을 기대할 때, 풍부하고 깊이 있는 과일과 오크의 조화를 선호할 때 추천합니다.
- 쟝 미쉘 스테판을 선택하면: 포도와 테루아르가 만들어내는 가장 순수하고 생생한 표현을 느끼고 싶을 때, 내추럴 와인의 생동감과 독특한 개성을 탐구하고 싶을 때, 전통적 방식에 대한 깊은 신뢰가 담긴 와인을 찾을 때 추천합니다.
또한, 이들의 와인은 빈티지와 크뤼(특정 포도원)에 따라 다양한 얼굴을 보여줍니다. 제랭의 '레 그랑드 플라스'는 강력하고 농밀한 스타일인 반면, 스테판의 '비에이 비뉴'는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우러난 집중도와 복잡함이 느껴집니다.
구매와 보관, 그리고 즐기기 위한 팁
이들 와인은 인지도가 높아 구매에 약간의 노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전문 와인샵이나 신뢰할 수 있는 수입사를 통해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쟝 미쉘 스테판의 경우 수입사가 변경되는 경우가 있으니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보관: 서늘하고(12-15°C), 어둡고, 진동이 없는 곳에 수평으로 보관하세요.
- 적정 음용 온도: 꼬뜨 로띠 레드는 16-18°C 정도가 적당합니다. 너무 차갑지 않게 해야 복잡한 향과 맛이 잘 느껴집니다.
- 디캔팅: 젊은 빈티지(2015 같은)라도 적어도 30분에서 1시간 정도 디캔팅해 주면 타닌이 부드러워지고 향이 더 열립니다. 특히 쟝 미쉘 스테판의 내추럴 와인은 병입 후 강한 환기(1시간 이상)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마치며: 하나의 지역, 무한한 매력
쟝 미쉘 제랭과 쟝 미쉘 스테판. 비슷한 이름에 같은 지역의 포도를 사용하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와인은 마치 같은 언어로 쓰인 다른 시(詩)와 같습니다. 하나는 정제되고 균형 잡힌 미학을, 다른 하나는 거칠고 생생한 본능을 보여주죠. 2015년이라는 황금빛 빈티지에서 이 두 스타일을 비교해 보는 것은 꼬뜨 로띠라는 지역이 품은 가능성의 폭이 얼마나 넓은지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다음번에 꼬뜨 로띠를 고를 때, 이 두 가지 다른 접근법을 떠올리며 나의 오늘 밤을 가장 잘 빛나게 할 와인은 무엇일지 고민해 보는 것도 와인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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