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멘 쌩 다미앙, 지공다스의 숨겨진 보석 클로비스 소렐을 만나다

폐허에서 피어난 명성, 도멘 쌩 다미앙의 이야기

프랑스 론 와인의 세계는 그랜드 크뤼의 빛나는 이름들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애호가들은 때로 그 빛나는 이름 뒤에, 조용하지만 확고한 신념으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생산자들에게서 더 큰 감동을 발견하곤 합니다. 도멘 쌩 다미앙(Domaine Saint Damien)은 그러한 와이너리 중 하나입니다. 1979년, 7남매 중 막내인 조엘 소렐(Joel Saurel)이 폐허 상태였던 현재의 부지에 '도멘 다미앙'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시작한 이 작은 가족 농장은 지금 지공다스(Gigondas) AOC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명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현재는 그의 아들 클로비스 소렐(Clovis Saurel)이 대를 이어 유기농 법칙에 입각한 정밀한 포도 재배와 전통을 존중하는 현대적인 양조 기술로 와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공다스: 론의 왼편, 파워와 우아함의 땅

도멘 쌩 다미앙의 와인을 이야기하기 전에, 그 뿌리가 내린 땅, 지공다스를 알아야 합니다. 지공다스는 남부 론 와인 지역에 위치한 AOC로, 샤토뇌프 뒤 파프(Châteauneuf-du-Pape)의 동북쪽, 돌로맹틱한 덩티유 산맥(Massif des Dentelles) 기슭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와인은 남부 론의 전형적인 품종인 그르나슈(Grenache)를 주축으로 하여 무르베드르(Mourvèdre)와 쉬라(Syrah) 등을 블렌딩한, 구조감 있고 풍부한 바디를 자랑합니다. 특히 덩티유 산맥의 높은 경사지 포도원은 척박하고 자갈이 많은 토양으로, 포도나무로 하여금 뿌리를 깊게 내리게 하고, 열매는 작고 농도 높은 품질을 갖추게 합니다. 이는 곧 와인에 집중도 높은 과일 향과 탄탄한 미네랄리티, 우아한 텐션을 부여하는 비결입니다.

라 루이시안느: 도멘 쌩 다미앙의 정수를 담은 주력 큐베

도멘 쌩 다미앙에는 여러 개의 플롯과 큐베가 있지만, 그 중심에는 단연 '라 루이시안느(La Louisiane)'가 있습니다. 이 와인은 클로비스 소렐의 철학이 가장 잘 표현된 주력 작품으로, 80% 이상의 고령 그르나슈 포도로 주로 구성됩니다. 나머지는 무르베드르, 쌩쏘(Cinsault), 쉬라 등이 블렌딩되어 복잡함과 균형을 더합니다. 포도는 수작업으로 수확되며, 긴 숙성 기간을 거쳐 우아함과 파워를 동시에 갖춘 지공다스의 전형이자 극치를 보여줍니다.

라 루이시안느의 빈티지별 특징을 비교해보면, 와이너리의 세심한 관리와 빈티지의 특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8년 빈티지는 익은 과일의 풍부함과 부드러운 탄닌으로 접근성이 좋은 매력을, 2019년과 2020년 빈티지는 더 선명한 산미와 강렬한 미네랄리티, 감초나 허브류의 복합적인 향으로 깊이와 잠재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세계적인 와인 비평가들로부터 꾸준히 90점대 중후반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이러한 일관된 품질과 독창성에 대한 증명이죠.

빈티지 주요 품종 비율 와인 비평가 점수 (예시) 주요 특징 (자료 및 평판 기반)
2018 그르나슈 80%, 무르베드르 15%, 기타 5% RP 94, JD 98, AG 95 풍부한 익은 과실감, 부드러운 탄닌 구조, 접근성 좋은 우아함.
2019 그르나슈 80%, 무르베드르 15%, 기타 5% RP 94, WS 93 2018 대비 선명한 산미, 감초 향, 강한 미네랄리티와 탄탄한 구조.
2020 그르나슈 80%, 무르베드르 15%, 기타 5% JD 98, AG 95, RP 94 집중된 과일 향, 신선한 허브와 스파이스 느낌, 뛰어난 밸런스와 긴 여운.

클로비스 소렐의 철학: 유기농 재배와 정밀한 양조

클로비스 소렐은 아버지 조엘로부터 물려받은 포도원을 유기농으로 전환하고, 더 나아가 생역학적 농법의 원칙을 따르며 포도 재배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의 목표는 최대한 순수하게 포도밭의 테루아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 토양 관리: 깊은 뿌리 내림을 장려하기 위해 포도나무 사이의 풀을 관리하고, 천연 퇴비를 사용하여 토양의 생명력을 유지합니다.
  • 수확 시기: 각 포도밭의 상태를 매일 관찰하며, 정확한 성숙도를 맞추기 위해 수작업으로 수확합니다. 이는 균일한 품질을 보장하는 핵심입니다.
  • 양조 과정: 대부분의 발효는 천연 효모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과도한 추출을 피하며, 오크 배럴 사용은 신중하게 접근하여 과일의 본질을 가리지 않는 보조 역할만을 하도록 합니다. 특히 라 루이시안느는 큰 오크 푸드르에서 장기간 숙성되어 부드러운 질감과 복합성을 얻습니다.

어떻게 즐길 것인가: 음식 페어링과 숙성 권장

도멘 쌩 다미앙의 라 루이시안느는 그 구조감과 풍미 덕분에 다양한 음식과의 페어링이 가능합니다. 기본적으로 지방이 적당히 있는 붉은 육류 요리와 찰떡궁합입니다.

  • 전형적인 페어링: 양갈비, 스테이크, 오리 콩피, 버섯을 곁들인 소고기 스튜, 그릴에 구운 양고기.
  • 한국 음식과의 매칭: 불향 가득한 갈비구이, 양념게장을 곁들인 한우 불고기, 장조림 등 깊은 맛을 가진 한국적 요리와도 훌륭하게 어울립니다. 와인의 풍부한 과일감과 미네랄이 강렬한 양념의 맛을 정화시켜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 숙성 잠재력: 라 루이시안느는 출시 직후에도 탄닌이 잘 통합되어 있어 즐길 수 있지만, 본연의 진가를 느끼려면 5년에서 10년, 좋은 빈티지는 15년 이상의 숙성을 통해 더욱 복합적이고 매끄러운 질감으로 발전합니다. 적절한 온도(16-18°C)에서 서서히 디캔팅 후 즐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지공다스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다

도멘 쌩 다미앙과 클로비스 소렐의 라 루이시안느는 단순히 높은 점수를 받는 와인을 넘어, 지공다스라는 지역이 가진 가능성을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폐허에서 시작한 가족의 열정이, 유기농이라는 현대적인 철학과 결합하여 테루아의 진정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죠. 이 와인은 힘과 우아함, 즉각적인 매력과 장기적인 숙성 잠재력을 동시에 지닌, 흔치 않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남부 론의 거친 매력을 좋아하는 마니아라면 물론, 구조감 좋은 레드 와인을 찾는 모든 이에게 한 번쯤 깊이 탐구해볼 가치가 있는 명품입니다. 다음 번 특별한 자리나, 오래 기다려온 한 병을 열고 싶은 날, 도멘 쌩 다미앙의 지공다스가 그 대화의 중심에 서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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