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스 퍼플 엔젤 2020, 칠레 까르미네르의 극치를 만나다
칠레 와인의 혁명, 몬테스 퍼플 엔젤
칠레 와인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드높인 몇 안 되는 와인이 있습니다. 그 중심에 '몬테스 퍼플 엔젤(Montes Purple Angel)'이 있습니다. 특히 2020 빈티지는 까르미네르(Carménère) 품종이 지닐 수 있는 최상의 우아함과 힘을 동시에 보여주는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콜차구아 밸리의 햇살과 바람이 빚어낸 이 프리미엄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닌, 하나의 예술품이자 칠레 와인 역사의 이정표라 할 수 있습니다.
퍼플 엔젤의 탄생: 한 품종에 대한 집념
몬테스 퍼플 엔젤은 단순히 좋은 와인이 아니라, 한 품종에 대한 도전과 집념의 결과물입니다. 1990년대 후반, 몬테스 와이너리의 공동 설립자이자 수석 와인메이커인 아우렐리오 몬테스(Aurelio Montes)는 칠레에서 잊혀졌던 까르미네르 품종이 지닌 잠재력에 주목했습니다. 당시 까르미네르는 메를로와 혼재되어 재배되거나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던 품종이었습니다. 아우렐리오 몬테스는 이 품종만을 위한 최고의 포도원을 찾고, 극도로 낮은 수확량을 유지하며 그 진정한 정체성을 끌어내는 데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습니다. 그 결실이 바로 2005년 첫 빈티지를 선보인 '퍼플 엔젤'입니다. 이 와인의 이름은 포도 알갱이의 깊은 보라색(퍼플)과 이를 지켜보는 수호천사(엔젤)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2020 빈티지, 특별한 해의 선물
2020년은 전 세계적으로 특별한 해였지만, 칠레 콜차구아 밸리에서는 비교적 건조하고 온난한 기후 조건이 와인 메이킹에 유리한 해로 기록되었습니다. 이러한 조건은 까르미네르가 완벽한 성숙도를 달성하는 데 기여했으며, 높은 알코올 도수(15%)에도 불구하고 신선함과 산도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었습니다. 퍼플 엔젤 2020은 풍부한 과일 향과 우아한 탄닌, 복잡한 구조를 갖춘, 힘과 세련됨이 공존하는 빈티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품종 구성과 와인 메이킹의 비밀
퍼플 엔젤은 까르미네르(92%)에 약간의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8%)를 블렌딩한 와인입니다. 까르미네르는 부드러운 탄닌과 진한 과일 향, 특유의 후추와 스파이스 느낌을 제공하는 주인공입니다. 여기에 쁘띠 베르도가 색상, 구조감, 그리고 미네랄리티를 더해 와인에 근육과 길이를 부여합니다. 이 포도들은 아펠타(La Finca de Apalta)의 험준한 경사지 포도원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되며, 엄격한 수확 관리 끝에 최상의 알갱이만이 선별됩니다.
와인 메이킹 과정 또한 남다릅니다. 발효는 자연 중력에 의존하는 몬테스의 상징적인 '그래비티 플로우(Gravity Flow)' 방식을 따르며, 포도의 섬세함을 최대한 보존합니다. 이후 최고급 프랑스 오크 배럴에서 18개월간 숙성되어 깊이 있는 향과 부드러운 질감을 얻습니다.
| 항목 | 내용 |
|---|---|
| 와인명 | 몬테스 퍼플 엔젤 2020 (Montes Purple Angel 2020) |
| 생산국/지역 | 칠레, 콜차구아 밸리 (Colchagua Valley), 아펠타 |
| 주 품종 | 까르미네르 (Carménère) 92% |
| 블렌딩 품종 | 쁘띠 베르도 (Petit Verdot) 8% |
| 알코올 도수 | 15.0% |
| 숙성 기간 | 프랑스 오크 배럴 18개월 |
| 빈티지 특징 | 건조하고 온난한 기후, 완벽한 성숙도 달성 |
테이스팅 노트: 감각을 사로잡는 여정
퍼플 엔젤 2020은 유리잔에 붓는 순간부터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합니다.
- 색상: 깊고 농밀한 루비 레드에 가까운 보라색을 띠며, 잔의 가장자리에서도 짙은 색채를 유지합니다.
- 향: 검은 과일의 향기가 압도적입니다. 잘 익은 블랙체리, 블랙베리, 자두 잼의 풍부함이 첫인상을 지배합니다. 여기에 카카오, 바닐라, 달콤한 스파이스, 그리고 까르미네르 특유의 은은한 후추와 고추풀의 신선한 허브 향이 층층이 쌓여 끝없이 탐험하게 만드는 복잡함을 선사합니다.
- 맛 : 입 안 가득 퍼지는 풍성한 과일 맛이 인상적입니다. 높은 알코올 도수와 풀바디한 느낌에도 불구하고 생동감 있는 산도가 균형을 잡아 전혀 무겁지 않습니다. 탄닌은 매우 우아하고 실크처럼 매끄러우며, 긴 여운에 다크 초콜릿, 커피, 미네랄의 느낌이 지속됩니다.
푸드 페어링: 최상의 조화를 찾아서
이렇게 풍미가 강렬한 와인은 음식과의 조화도 중요합니다. 퍼플 엔젤 2020의 풍부한 맛과 탄닌을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은 음식들이 환상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 적색육 구이: 그릴에 구운 립아이 스테이크, 양갈비, 또는 칠리 소스를 곁들인 바비큐 폭립은 와인의 스파이시함과 풍부함을 완벽히 받쳐줍니다.
- 숙성 치즈: 체다, 고르곤졸라, 마누레고 같은 강한 풍미의 치즈는 와인의 구조감과 대등하게 어울립니다.
- 칠레 전통 요리: 지역 음식과의 궁합도 빼어납니다. '로모 아 라 파리야(Lomo a la Parrilla, 구이 안심 스테이크)'나 향신료를 많이 사용한 스튜와 함께하면 그 조화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소믈리에 추천 서빙 가이드
퍼플 엔젤의 모든 매력을 끌어내려면 서빙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
- 적정 온도: 너무 차갑지 않게 16-18°C 사이에서 서빙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이 온도에서 향과 풍미가 가장 잘 열립니다.
- 디캔팅: 가능하면 서빙 1-2시간 전에 디캔팅해 공기와 접촉시켜주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닫힌 향이 펼쳐지고 탄닌이 더욱 부드러워져 완성도가 한층 높아집니다.
- 잔: 보르도 타입의 큰 볼룸 와인잔을 사용하면 복잡한 향을 모으고 즐기기에 최적입니다.
그 이상의 가치: 명성과 수상 이력
몬테스 퍼플 엔젤은 단순한 고평점 와인이 아닙니다. 그것은 칠레 까르미네르의 가능성을 세계에 증명하고,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 만찬에 오를 정도로 국제적인 권위를 인정받은 와인입니다. 로버트 파커의 <와인 어드버케이트>를 비롯한 세계적인 와인 매체로부터 꾸준히 95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으며 '칠레 최고의 와인 중 하나'라는 명성을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2020 빈티지 또한 이러한 명성에 걸맞은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결론적으로, 몬테스 퍼플 엔젤 2020은 와인 애호가라면 한 번쯤 경험해봐야 할 필수 코스입니다. 이 와인은 한 잔에 칠레 최고의 테루아와 한 품종에 대한 인간의 열정이 어떻게 결합되어 위대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과서입니다. 특별한 날을 기념하거나,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기에, 혹은 단순히 자신에게 최고의 순간을 선사하기에 결코 아깝지 않은 와인입니다. 깊고 매혹적인 보라색 액체 속에 담긴 이야기를 음미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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