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또 피작 2017, 생테밀리옹의 우아한 변주곡

피작이라는 이름의 무게: 한 포도밭에서 시작된 전설

보르도 생테밀리옹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이름, 샤또 피작(Chateau Figeac). 이 이름 하나로 수많은 와인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 샤토는 단순한 명성 이상의 깊은 역사와 독특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생테밀리옹 지역에는 '피작'이라는 이름을 가진 샤토가 여러 곳 존재합니다. 샤또 라 뚜르 뒤 팽 피작(Chateau La Tour du Pin Figeac), 샤또 라 뚜르 피작(Chateau La Tour Figeac), 샤또 용 피작(Chateau Yon Figeac) 등이 대표적이죠. 이는 모두 중세 시대에 거대했던 '피작' 영지가 세월이 흐르며 분할되고 판매되면서 생겨난 결과입니다. 오늘 우리가 주목하는 샤또 피작은 그 원조이자 핵심으로, 그랑 크뤼 클래스 A에 속하는 최정상급 명가입니다.

특히 샤또 피작의 지리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생테밀리옹 지역이지만, 바로 옆에는 세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샤또 슈발 블랑(Chateau Cheval Blanc)이 자리 잡고 있으며, 포도밭 일부는 포므롤(Pomerol)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 독특한 입지는 샤또 피작 와인에게 생테밀리옹의 우아함과 포므롤의 세련된 부드러움을 동시에 부여하는 매력의 원천이 됩니다.

2017 빈티지, 샤또 피작의 도전과 승리

2017년은 보르도 전 지역에 걸쳐 도전적인 해였습니다. 4월의 심한 서리 피해로 많은 포도밭이 타격을 입었고, 생테밀리옹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샤또 피작은 엄격한 포도 선별과 세심한 포도밭 관리로 위기를 극복하고 놀라운 퀄리티의 와인을 탄생시켰습니다. 결국 2017 빈티지는 예상을 뛰어넘는 엘레강스와 신선함, 그리고 뛰어난 균형감으로 전문가들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는 샤또 피작의 뛰어난 테루아와 노하우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죠.

샤또 피작의 가장 큰 특징은 보르도 와인에서 일반적인 카베르네 소비뇽의 비율이 높은 블렌딩이 아닌, 카베르네 프랑과 메를로의 비율이 높은 독자적인 블렌딩에 있습니다. 이는 그들의 독특한 모래와 자갈이 많은 토양에서 기인합니다. 2017년 역시 이러한 전통을 따르며, 샤또 피작만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샤또 피작 2017, 테이스팅 노트와 향연

샤또 피작 2017은 현재는 젊은 나이지만, 놀라운 접근성과 복잡함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깊은 루비 빛을 띠는 색상에서 시작해, 신선한 블랙커런트, 라즈베리, 바이올렛의 아로마가 은은하게 피어오릅니다. 뒤이어 시가릿 박스, 감초, 미네랄의 섬세한 느낌이 더해져 매우 우아한 첫인상을 선사합니다.

입안에서는 부드럽고 실키한 타닌이 느껴지며, 신선한 산도가 생동감을 불어넣습니다. 과일의 풍미가 선명하면서도, 초콜릿과 향신료의 은은한 뒷맛이 긴 여운으로 이어집니다. 2017년의 특성상, 비교적 일찍 즐길 수 있는 매력을 지녔지만, 여전히 장기 숙성의 잠재력을 품고 있어 앞으로의 변화가 더욱 기대되는 와인입니다.

생테밀리옹 '피작' 계보 비교

원조 샤또 피작과 이름을 공유하는 다른 샤토들의 포지셔닝과 특징을 한눈에 비교해 보는 것도 샤또 피작의 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래 표는 생테밀리옹 지역의 주요 '피작' 계열 샤토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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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명 등급 주요 특징 및 위치 대표 빈티지
샤또 피작 (Chateau Figeac)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클래스 A 피작 영지의 원조. 슈발 블랑과 인접, 카베르네 프랑 비율 높은 독특한 블렌딩. 2015, 2016, 2017, 2018, 2019
샤또 라 뚜르 뒤 팽 피작 (Chateau La Tour du Pin Figeac)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클래스 (과거 등급) 피작과 슈발 블랑 사이 위치. 2006년 이후 슈발 블랑 소유주가 인수하여 관리. 2011, 2016, 2019
샤또 라 뚜르 피작 (Chateau La Tour Figeac)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클래스 생테밀리옹 남서부에 위치한 별개의 독립 샤토. 2015, 2018
샤또 용 피작 (Chateau Yon Figeac)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클래스 생테밀리옹 마을 북쪽, 평원 지역에 위치한 가족 경영 샤토. 2014, 2016, 2020

어울리는 음식과 향유의 방법

샤또 피작 2017의 우아함과 균형감은 다양한 음식과의 페어링을 가능하게 합니다. 강한 타닌보다는 섬세한 풍미가 특징이므로,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고기 요리가 최적의 파트너입니다.

  • 정통 페어링: 양고기 캐틀릿, 로스티드 렉, 오리 콩피, 버섯 소스를 곁들인 송아지 고기.
  • 한국식 페어링: 한우 등심 구이, 불고기, 갈비찜, 표고버섯을 듬뿍 넣은 전골 요리.
  • 치즈: 고다, 콩테, 에멘탈 같은 경질 치즈와 잘 어울립니다.

서빙 온도는 16-18°C가 적당합니다. 적절히 디캔팅(1시간 이상)해 주면 닫혀 있던 아로마가 피어나며 더욱 풍부한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지금 바로 즐기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5-7년 더 보관한다면 타닌이 더욱 부드러워지고 복합적인 2차 향이 발전하여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결론: 역사와 혁신이 만든 우아한 걸작

샤또 피작 2017은 도전적인 빈티지 조건을 극복하고 탄생한 샤또 피작다운 우아함의 정수입니다.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포도밭에서,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현대적인 정밀함으로 완성된 이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생테밀리옹의 수많은 '피작' 중에서도 원조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최고의 자리에 오른 샤또 피작의 2017 빈티지는 와인 컬렉터라면 한 번쯤 경험해봐야 할, 현재를 즐기며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특별한 와인입니다. 한 병의 샤또 피작 2017은 당신의 와인 여정에 깊이와 우아함을 더해 줄 확실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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